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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서 입문 (시리즈 선택, 리더스, 아이캔리드)

by wishrainbow 2026. 6. 10.

처음 아이에게 영어 원서를 쥐여줬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성껏 골라준 책은 외면하고 도서관에서 아이 스스로 집어 든 얇고 낡은 책을 몇 번이고 다시 꺼내 읽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영어 원서 입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레벨도, 커리큘럼도 아니라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이라는 사실을.

아이가 고른 책이 답이다.

아이캔리드 마이 퍼스트, 시리즈별로 어떻게 다를까

영어 원서 입문 단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시리즈 중 하나가 아이캔리드(I Can Read)입니다. 여기서 아이캔리드란 하퍼콜린스 출판사에서 펴내는 미국의 대표적인 리더스(Readers) 시리즈를 말합니다. 리더스란 아이들이 스스로 읽기를 연습할 수 있도록 레벨별로 구성된 학습 목적의 그림책 형식 책을 뜻합니다. 일반 픽처북(Picture Book)과 달리 글자 크기, 문장 길이, 어휘 수준이 체계적으로 조절되어 있어서 영어책 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적합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단계인 마이 퍼스트(My First) 레벨은 AR 지수 0.6에서 1.5 사이에 분포합니다. 여기서 AR 지수란 미국 르네상스러닝사가 개발한 독서 수준 측정 지표로, 숫자가 낮을수록 더 쉬운 수준의 텍스트임을 의미합니다. 한 페이지에 한두 줄, 세 단어 안팎의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영어 읽기를 막 시작한 아이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아이들과 이 시리즈를 읽어보니, 같은 마이 퍼스트 단계 안에서도 시리즈마다 체감 난이도 차이가 꽤 있었습니다. 마이 퍼스트 단계에서 대표적인 시리즈들을 레벨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폭스(Fox): AR 0.6~1.2, 가장 쉬운 레벨. 가이젤상을 2회 수상한 작품성 있는 시리즈
  • 비스킷(Biscuit): AR 0.7~1.4, 강아지 캐릭터와 의성어 표현이 어우러진 입문용 시리즈
  • 덕 다이노(Duck and Dino): AR 1.1~1.5, 반복 표현이 많아 초기 읽기 훈련에 효과적
  • 오터(Otter): AR 1.2~1.4, 서정적인 그림체로 의외로 남녀 아이 모두에게 반응이 좋음
  • 리틀 크리터(Little Critter): AR 0.9~1.5, 일상 생활 에피소드 중심의 정서적 공감대가 강한 시리즈
  • 피트 더 캣(Pete the Cat): AR 1.2~2.0, 마이 퍼스트 중에서는 난이도가 있는 편

가이젤상이란 미국 도서관 협회가 매년 수여하는 아동 초기 독서 분야의 권위 있는 상으로, 쉬운 텍스트로 높은 문학성을 구현한 책에 주어집니다. 이 상을 기준으로 고르면 질이 검증된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출처: 미국 도서관 협회(ALA)).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피트 더 캣을 처음부터 쥐여주면 아이가 글밥에 압도되어 흥미를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스킷이나 폭스처럼 글이 아주 적은 책으로 읽기 성공 경험을 먼저 쌓게 해주고, 그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리틀 크리터, 단순한 영어 그림책이 아닌 이유

저희 아이들이 마이 퍼스트 시리즈 중 유독 오래 꺼내 읽은 시리즈가 리틀 크리터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귀여운 그림 때문이려니 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주인공 리틀 크리터가 겪는 에피소드가 아이 자신의 일상과 너무 닮아 있었던 겁니다. 유치원 첫날, 이를 닦기 싫은 날, 엄마 심부름을 망치는 날. 아이들이 "나도 저런 적 있어"라고 반응하면서 책 속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리틀 크리터는 머서 메이어(Mercer Mayer) 작가가 1976년에 처음 선보인 캐릭터로,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캐릭터입니다.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지만 어디서 본 듯한 생김새 덕분에 아이들이 낯설어하지 않고 금방 친근감을 느낍니다. 원래는 픽처북 스토리북으로 출간되었다가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리더스 버전이 추가 출간된 경우입니다.

리더스 버전인 아이캔리드 마이 퍼스트 단계의 리틀 크리터는 AR 0.9에서 1.5 수준으로, 원작 픽처북(AR 1.3~3.1)에 비해 훨씬 쉬운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어 원서 읽기 초기에는 픽처북보다 리더스를 먼저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맞습니다. 픽처북은 그림 비중이 높고 색감이 선명한 반면 글자 크기가 작고 문장 구조도 복잡해서, 읽기 자신감이 아직 붙지 않은 아이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리틀 크리터 시리즈가 단순한 영어 그림책을 넘어서는 이유는 바로 정서적 공감대에 있습니다. 미국 내 아동 독서 교육 전문가들도 초기 읽기 교육에서 정서적 연결이 읽기 동기를 높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미국 국립 독서 패널(National Reading Panel) 보고서에서도 아이가 내용에 흥미를 느낄 때 읽기 유창성과 어휘 습득 속도가 함께 높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출처: National Reading Panel).

제가 직접 써봤는데, 도서관이나 책 대여 서비스에서 먼저 여러 시리즈를 접하게 해주는 방법이 정말 효과적입니다. 아이마다 끌리는 그림체, 캐릭터, 심지어 책의 질감까지 취향이 다릅니다. 전부 사서 쌓아두기보다 먼저 반응을 보고 좋아하는 시리즈를 찾은 다음 그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구비해 주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같은 책을 열 번 이상 반복해서 읽는 아이를 보면서, 그 반복 자체가 영어 유창성을 쌓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요즘은 영어 원서를 구하는 환경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럴수록 다른 아이에게 좋다는 말보다 내 아이의 반응을 먼저 들여다보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발견하고 그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 아이 스스로 다음 책을 찾게 됩니다. 그 순간이 영어 원서 읽기가 진짜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J90GJg5O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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