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Arthur) 시리즈는 스타터부터 챕터북까지 AR 지수 기준 1.5에서 3.8까지 레벨이 촘촘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림도 단순해 보이고, 여자아이들이 과연 좋아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저희 아이들은 "오늘 뭐 볼까?" 하면 아서부터 꺼냅니다.

아서 시리즈, 어떤 레벨부터 시작해야 할까
영어 원서를 처음 고를 때 가장 막히는 부분이 바로 레벨 선택입니다. 아서 시리즈는 종류가 여러 개인데, 이름이 비슷해서 더 헷갈립니다.
아서 시리즈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 아서 스타터: AR 1.5~2.2, 24페이지, 16권 구성. 아서의 동생 DW가 주인공
- 아서 어드벤처: AR 2.4~3.2, 32페이지, 21권 구성. 아서가 주인공
- 아서 챕터북: AR 2.9~3.8, 55~60페이지, 25권 구성. 본.격 리딩 단계
- 아이 캔 리드 아서: AR 2.7~3.1, 48페이지. 위 세 시리즈와 작가가 다름
여기서 AR 지수란 Accelerated Reader의 약자로, 미국에서 학교 현장에 널리 쓰이는 도서 읽기 수준 지표입니다. 숫자 앞자리가 학년, 뒷자리가 월을 나타내므로 AR 2.4는 미국 초등학교 2학년 4개월 차 수준을 의미합니다(출처: Renaissance Learning).
저는 아서 스타터부터 시작했는데, 이 선택이 맞았습니다. 대화체 문장이 많고 한 페이지에 세 줄 안팎이라 아이가 부담 없이 따라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챕터북을 들이밀었다면 아마 바로 거부감이 생겼을 겁니다.
집중듣기로 레벨 올리는 방법
저희 집에서 효과를 봤던 방법은 집중듣기를 먼저, 낭독을 나중에 하는 순서입니다.
집중듣기란 원어민 오디오를 틀어놓고 텍스트를 눈으로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읽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글자를 동시에 연결하는 훈련으로, 영어 습득 초기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저는 아서 스타터 오디오부터 틀어주면서 영상도 함께 보여줬는데, 아이가 내용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어느 순간 문장을 거의 외우고 있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낭독, 즉 쉐도잉으로 넘어가니 막힘이 없었습니다. 쉐도잉이란 원어민 음성을 들으면서 바로 따라 말하는 연습법으로, 발음과 리듬감을 함께 익힐 수 있습니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으니 낯선 단어에서 멈추지 않고 쭉 읽어내려 가더라고요.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봤는데, 아이 스스로 레벨이 올라가는 걸 느끼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어드벤처까지 넘어갔습니다.
어드벤처까지 집중듣기를 마친 뒤 스타터로 돌아가 낭독을 시킨 것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미 친숙한 내용이라 자신감이 붙었고, 소리 내어 읽으면서 문장 구조가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영어 교육 전문가들도 읽기 전 충분한 듣기 노출이 선행될 때 리딩 능력이 더 빠르게 발달한다고 강조합니다(출처: Edutopia).
챕터북 진입, 이렇게 준비하면 덜 무겁습니다
챕터북은 아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AR 3.8까지 올라가고, 한 권이 10개 챕터로 나뉘어 55~60페이지 분량입니다. 스타터나 어드벤처에 비해 확연히 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준비 없이 넘어가면 아이가 버겁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챕터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드벤처를 읽으면서 아이가 스토리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못 놓는 모습을 보고, 이 타이밍이 챕터북 진입 신호라는 걸 느꼈습니다. 글이 길어질수록 "다음에 어떻게 되지?"라는 궁금증이 생겨야 이야기 흡입력이 생기거든요.
챕터북으로 넘어갈 때 워크북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서 챕터북 롱테일 에디션은 25권 중 인기 있는 10권을 뽑아 워크북과 함께 제공하는 구성입니다. 워크북에는 단어와 숙어 테스트, 한국어 번역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워크북은 활용 순서가 중요합니다. 책 읽기에 흥미가 생기기 전에 문제 풀이를 들이밀면 순식간에 숙제가 됩니다. 충분히 재미를 붙인 뒤 심화 학습 도구로 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아서 시리즈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같은 캐릭터가 레벨을 달리하며 계속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낯선 주인공을 새로 만날 필요 없이, 이미 알고 있는 아서와 친구들이 나오니 아이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제 아이들이 아서 책이라면 두꺼워도 일단 펼쳐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엄마표 영어에서 원서 시리즈 선택은 아이가 스스로 손을 뻗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ORT 시리즈 이후에 아서 시리즈를 연결한 선택이 지금까지는 가장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챕터북 진입 노하우는 아이가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내오면 그 경험도 함께 공유하겠습니다.